게시되는 글의 본문이나 첨부파일에 개인정보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주소, 은행계좌번호, 신용카드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정보를 포함시키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정보가 게시되어 노출 될 경우 해당 게시물로 인하여 게시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이병철
2017-07-25
1478
(민수기 20:1-13,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40년 1월, 가데스.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 여기서 약 40년 전에 정탐꾼들의 문제로 하나님께 불순종했던 장소다. 그리고 그 벌로 40년의 광야 생활을 치러야 했다. 그 40년의 기한이 다 되어가는 순간이다. 이제 이 해에 40년 전에 20세 이상이었던 사람은 이때까지 남았더라도 단 둘─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하고 모두 죽을 것이다. 1월에 미리암이 죽고 5월에 아론이 죽으며 아마도 11~12월에는 모세가 죽을 것이다.
드디어 가나안 정탐으로 인한 불순종의 사건으로 40년의 광야 생활을 마치는 순간에 이스라엘은 지난 40년을 되뇌며 더욱 특별하게 회개하고 감사하고 소망하여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출애굽의 구원을 불순종으로 40년이나 지연시킨 것에 대한 회개, 그럼에도 드디어 약속을 지키셔서 새로운 ─60세 이하의 젊은─ 이스라엘로 재출발할 수 있게 하심에 대한 감사, 그리고 이제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 땅을 기업을 받게 될 소망의 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세대교체가 완전히 되었음에도 이들은 이 불순종과 범죄의 장소에서 다시금 은혜를 망각하고 하나님을 대적하며 역시 또다시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나쁜 곳으로 인도하였느냐” 하고 모세와 아론에게 대들었다. 아, 이 버릇을 40년 동안 이들은 버리지 못했다. 40년 전과 똑같이 이들은 출애굽을 후회하며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하고 지금 여기, 노예로부터 해방된 자유인으로 사는 여기를 더 “나쁜 곳”으로 악평하고 있다. 아! 하나님이 공의롭게 진노하시면 다시금 40년의 광야 생활이 벌로 주어질 순간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들을 불쌍히 여기셨다. 그리하여 이들을 꾸짖으시기보다 이들의 불평의 원인이 되었던 급수 문제를 먼저 해결하신다. 모세로 하여금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고 지시하셨다. 그것은 어떤 인간적인 노력 없이 오직 하나님의 권능만이 드러날 영광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모세는 하나님의 영광을 하나님의 진노로 바꾸었다. 그것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또 한 번의 비극의 순간이 되었다.
모세는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하고 원망 섞인 목소리로 백성들을 향해 꾸짖었다. 그리고 “모세가 그의 손을 들어 그의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내리쳤다. 결국 물은 나왔고, 그것도 “많이 솟아나오므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게 되었다. 이로써 하나님의 계획은 이루어진 것인가? 아니다! 하나님은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하였다고 모세와 아론을 꾸짖으셨다. 그리고 너무도 가혹한 벌을 내리신다. “너희는 이 회중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무엇이 문제일까? 하나님이 판결하신 대로 모세와 아론이 “거룩함”을 나타내지 못하였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우선, 하나님은 끝까지 패역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긍휼을 베푸시려 하는데 모세는 그들에게 분을 토했다.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꾸짖으시라고 모세에게 명령하거나 위임하지 않으셨다. 모세의 언사는 하나님의 분노의 대언이 아니라 모세 자신의 응어리의 발산이었다. 주인이신 하나님이 꾸짖지 않으시는데 청지기인 모세가 화를 낸 것이다. 이것은 주인(하나님)에 대한 청지기의 월권이다.
또한 모세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을 그대로 준행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물을 내라” 하고 “반석에게 명령”하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네가 물을 어떻게든 마련해놓아라’ 하지 않으셨다.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을 대언하면 반석에서 물이 솟아날 것이었다. 그것은 모세의 말이 아니라 그가 대언한 하나님의 명령이 시행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모세는 그 지시를 준행하지 않았다. 그는 그가 들은 바 하나님의 말씀을 명령하지 않고 자신의 말로 백성들에게 원망을 토했다.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성경은 모세가 분명하게 “그 명령대로 여호와 앞에서 지팡이를 잡”았다고 명기한다. 그러나 모세의 준행은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행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명령대로 지팡이를 잡았지만 그것의 사용은 그 명령대로 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내려쳤다. 화가 났고 그 화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이 그의 화로 대체된 것이다. 그리하여 모세는 하나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하였다.
모세는 이 순간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가 드러낸 것은 자신의 영광이다. 그는 마치 자신이 물을 주는 자처럼 행세를 한 셈이다. 그것은 결코 하나님께 돌아갈 영광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여 높아지고 영광을 받을 자는 모세 자신일 뿐이었다. 그가 지팡이로 반석을 치니 물이 솟아난 것 아닌가! 그가 하나님의 명령을 대언하여 물이 나왔다면 백성들은 ‘아, 우리 하나님’ 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과 그 대언은 빠지고 “내가” 등장했다. 그리고 물이 나왔으니 물을 낸 자는 하나님이 아니라 모세가 된다. 모세는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함을 탈취한 셈이 된다.
아, 하나님의 신실한 일꾼 모세가 그리하였으니, 나는 얼마나 그러한가! 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내 화로 대체하기를 얼마나 밥 먹듯이 하는가! 그리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함이 나를 통해 과연 나타나는가? 나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내 영광뿐 아닌가! 나는 얼마나 명시적으로, 함축적으로 나를 드러내는가! 나를 높이는가! 나를 영광스럽게 하는가! 나는 내가 주인인 것처럼 얼마나 화를 내는가!!! 아, 나는 혹 40년을 잘 버텨냈다 하더라도 결코 가나안에 들어갈 위인이 되지 못한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혈기 부리는 일을 중단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출애굽을 하고 광야 40년을 견디고 가나안에 들어간다면, 아! 내가 구원을 받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오로지,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만이다!